일본인도 싫어하는 일본어 표현 — 과잉 경어·애매한 거절
한국인이 느끼는 위화감 + 일본인 자신이 싫어하는 표현까지 비교
일본어를 배우는 한국인이 자주 느끼는 감정이 있다. "이 표현, 왜 이렇게 돌려서 말하지?"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일본인 자신들도 싫어하는 표현이 꽤 많다는 것이다.
매년 일본에서 실시되는 "嫌いな日本語(싫어하는 일본어)" 설문조사에서 상위에 오르는 표현들을 한국어와 비교하며 정리한다.
1. 과도한 경어·비즈니스 용어
「させていただく」(~하겠습니다)
일본인이 가장 싫어하는 표현 1위로 자주 꼽힌다. 원래는 "허락을 받아서 ~합니다"라는 겸양어인데, 현대 비즈니스에서 모든 곳에 남발되고 있다.
"確認させていただきます" (확인하겠습니다)
"休業させていただきます" (휴업하겠습니다)
"値上げさせていただきます" (가격을 인상하겠습니다)
한국어로 치면 "~해 드리겠습니다"를 과하게 쓰는 느낌. 가격을 올리면서 "올리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뉘앙스가 되어 위선적으로 느껴진다는 비판.
한국어 비교: 한국어에도 비슷한 현상이 있다. "~하시겠습니까?"의 남발 (편의점에서 "포인트 적립하시겠습니까?")이나, 기업의 과도한 존칭 사용.
「よろしかったでしょうか」(괜찮으셨을까요?)
"よろしいですか(괜찮으세요?)"의 과거형인데,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과거형을 쓰는 기묘한 표현. 식당에서 "ご注文は以上でよろしかったでしょうか(주문은 이상이셨을까요?)"처럼 사용.
일본 내에서도 "바이트 경어(バイト敬語)"라고 불리며 비판받는다.
2. 애매한 거절·책임 회피
「ちょっと...」(좀...)
일본어 거절의 대표격. "ちょっと難しいです(좀 어렵습니다)"는 사실상 "안 됩니다"라는 뜻인데, 직접 거절하지 않는다.
한국인은 이 표현에 자주 속는다. "좀 어렵다고 했으니 뭔가 방법이 있는 건가?"라고 생각하지만, 일본인 입장에서는 확정 거절이다.
한국어 비교: 한국어에도 "좀..."이라는 거절이 있지만, 일본어보다 훨씬 직접적으로 거절하는 편. "안 됩니다" "싫습니다"를 일본어보다 쉽게 말한다.
「検討します」(검토하겠습니다)
비즈니스에서 "NO"를 직접 말하지 않기 위한 표현. 실제로 검토하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거절"의 완곡한 표현.
일본인 자신들도 "검토합니다라고 해놓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싫다"고 느낀다.
「前向きに善処します」(전향적으로 선처하겠습니다)
국회·관료의 답변에서 자주 나온다. 번역하면 "적극적으로 잘 처리하겠습니다"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뜻. 정치인의 책임 회피 표현의 극치.
3. 위선적으로 느껴지는 표현
「逆にいいですね」(오히려 좋네요)
부정적인 상황에서 무리하게 긍정으로 전환하는 표현. 실수를 했는데 "오히려 좋네요!"라고 하면, 진심이 아니라 공허하게 느껴진다.
「なるほどですね」(그렇군요~)
"なるほど(그런가)" + "ですね(네)"를 합친 것인데, 문법적으로 틀린 표현. 2020년대 젊은 세대에서 비즈니스 대화의 맞장구로 유행했지만, 중장년층에서는 "이상한 일본어"로 비판받는다.
한국어 비교: 한국어에서 비슷한 위치의 표현은 "아, 진짜요?" "대박" 등 과도한 리액션. 일본어보다 감정 표현이 직접적인 편.
4. 한국인이 특히 위화감을 느끼는 표현
「空気を読む」(분위기를 읽다)
한국에도 "눈치"라는 개념이 있지만, 일본의 "空気を読む"는 더 강력하다. 분위기에 맞지 않는 발언을 하면 "空気読めない(KY)"라는 레이블이 붙는다. 한국인 입장에서는 "할 말 못 하게 하는 압박"으로 느껴질 수 있다.
「本音と建前」(본심과 겉치레)
일본 문화의 핵심 개념. "겉으로 하는 말(建前)"과 "속으로 생각하는 것(本音)"이 다르다는 것을 사회적으로 인정하는 구조.
한국에서는 "앞에서 한 마디 뒤에서 한 마디"를 부정적으로 보는 반면, 일본에서는 이것이 사회적 윤활유로 기능한다. 한국인이 일본에서 "이 사람 진심이 뭐지?"라고 혼란스러워하는 근본 원인.
5. 번외: YouTuber가 싫어하는 표현
「緊急で動画回してますけど」(긴급으로 영상 찍고 있는데요)
일본 유튜버가 영상 서두에 자주 쓰는 표현인데, 일본 시청자들 사이에서 "가장 짜증나는 유튜브 표현" 중 하나로 꼽힌다.
긴급이라면서 조명 세팅하고, 자막 편집하고, 썸네일까지 만들어서 올린다. "어디가 긴급이냐"는 게 시청자의 불만. 실제로 긴급한 상황이면 편집할 시간이 없을 텐데, 매번 "긴급"을 남발하면서 클릭을 유도하는 패턴이다.
비슷한 류로:
"これ言っていいのかわからないんですけど..." (이거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 말해도 될지 고민했으면 안 올렸겠지
"炎上覚悟で言いますけど" (논란 각오하고 말하는데) — 논란을 만들어서 조회수를 올리려는 의도가 보인다는 비판
"結論から言います" (결론부터 말하겠습니다) → 그런데 결론까지 10분이 걸리는 영상
한국 유튜브에도 비슷한 패턴이 있다: "이거 진짜 올려도 되나 모르겠는데...", "급하게 찍었습니다", "이 영상은 곧 삭제됩니다". 한일 유튜버의 클릭베이트 화법이 구조적으로 유사하다는 점이 흥미롭다.
재미있는 점: 한일 공통 불만
한국인이 일본어에서 느끼는 위화감과, 일본인 자신이 싫어하는 표현이 상당 부분 겹친다는 게 흥미롭다. 과도한 경어, 애매한 거절, 책임 회피 — 이것들은 일본어의 구조적 특성이지만, 일본인 자신들도 "이게 최선인가?"라고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차이점은 불만의 방향이다. 한국인은 "왜 직접 말 안 하지?"라고 느끼고, 일본인은 "왜 이렇게까지 돌려서 말해야 하지?"라고 느낀다. 같은 현상에 대한 불만이지만, 외부자의 답답함과 내부자의 피로감이라는 차이가 있다.
핵심 포인트
「させていただく」— 일본인 嫌い 1위. 겸양어의 과잉 남발
「ちょっと...」— "좀 어렵습니다" = 사실상 NO. 한국인이 자주 속는 표현
「検討します」— "검토하겠습니다" = 대부분 "거절"의 완곡 표현
「空気を読む」— 한국의 "눈치"보다 강력한 동조 압력
한일 공통: 과도한 경어·애매한 거절에 대한 불만. 방향만 다름